일상생활/교회 사용법

이정환의 사순절 #03. 나를 멈추면 보이는 것들; 아픔

매시간 2021. 2. 19. 09:00

[이정환의 사순절 #03. 나를 멈추면 보이는 것들; 아픔]

뉴질랜드 “락다운” 단계가 조정되었다. 하지만 이번 주일까지 교회건물은 여전히 문을 닫고 비대면 예배를 드린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그동안 해왔던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으니, 새로운 방법으로 만나고 새로운 방법으로 예배드려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줌 미팅 예배와 페이스북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현대 과학기술을 사용한다. 교회건물 문을 닫으면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예배를 준비하고 새로운 소통을 기대하게 되었다. 

[세상이 멈추는 시간]

오래된 세상이 멈추는 것을 이제는 눈으로 보며 느끼게 되었다. 작은 가게들은 문을 닫고, 수많은 사람이 고통 받는다. 세상이 멈추면서 찾아온 아픔이다. 그 아픔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이 찾아오고, 그 불안이 절망으로 바뀌면 더 큰 아픔이 시작된다.

아프고 나서야 세상이 바뀐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은 더 큰 불행이다. 하지만 다행이다. 벌써 아프기 때문이다. 아프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르게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으면 불안이 찾아 올 시간도 없다. 그러면 절망할 필요도 없고, 불안과 절망 때문에 더 많이 아파할 까닭도 없다.

기독교인에게는 책임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때문이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아픔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방법을 배워왔다. 오래된 세상이 멈추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아픔도 십자가를 통해 일찌감치 경험했다. 

[나를 멈추는 시간]

세상이 멈추기도 하고 교회 건물도 문을 닫는데 나를 멈출 수는 없을까? 생각을 멈추고 고집을 꺾을 수는 없을까? 내 주장 나의 오래된 습관을 포기할 수는 없을까? 십자가를 지기 바로 직전에 겟세마네 기도가 있는 것처럼 오늘 나를 멈추는 기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소망을 두는 기도. 아픔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기도. 모든 불가능에 창조자의 지혜를 구하는 기도. 불평 없이 십자가의 아픔을 마주하는 기도. 나를 멈추고 고집을 꺾고 오래된 습관을 포기하는 기도가 필요하다. 

세상이 멈추면 그 속에 아픔이 보이고 불안이 보이고 절망이 보이고, 나를 멈추면 그 속에 내 생각이 보이고 내 고집이 보이고 내 주장과 습관이 보인다. 세상이 멈추고 나를 멈추면, 예수께서 가르치신 아픔에 응답하는 사랑, 불가능에서 시작되는 창조주의 참 지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때야 느끼는 내 등에 십자가, 그 아픔에서 시작하는 신음까지 비로소 보인다. 그 십자가에서 희망과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